세 든 집에 불이 났을 때 - 집주인과 세입자 중 누가 물어야 하나
민사소송

세 든 집에 불이 났을 때 - 집주인과 세입자 중 누가 물어야 하나

봉하진 대표변호사
봉하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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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세 든 집에서 불이 나면 누가 배상할지는 '불이 왜 났는지'와 '어디가 탔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세입자의 부주의가 원인이면 세입자가, 벽 속 전선처럼 집주인이 관리하는 설비가 원인이면 집주인이 책임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원인을 끝내 알 수 없을 때는 빌린 집이 탄 손해는 세입자가 자기 잘못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고, 빌린 집 밖의 건물이 탄 손해는 반대로 집주인이 세입자의 잘못을 증명해야 합니다. 이 글은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의 화재 배상 책임을 네 가지 경우로 나눠 정리했습니다.

원인이 밝혀졌을 때

불이 난 원인이 소방·경찰 조사로 밝혀졌다면 책임은 비교적 분명하게 나뉩니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각자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 있고, 그 영역에서 생긴 문제로 불이 났다면 그쪽이 책임지는 것이 기본입니다.

집주인이 관리하는 설비가 원인일 때

집주인은 세입자가 집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해 줄 의무가 있습니다(민법 제623조). 벽이나 천장 속의 낡은 전선이 합선됐거나, 건물에 처음부터 붙어 있던 설비가 고장 나 불이 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세입자는 벽 안의 전선 상태를 미리 알기도, 손보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도 집주인이 관리하는 영역에 있던 결함 때문에 불이 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세입자가 그 결함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집이 탄 손해를 물을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뒤집어 말하면, 세입자가 전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집주인에게 알리지 않고 그대로 썼다면 세입자가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세입자의 부주의가 원인일 때

세입자는 남의 집을 빌려 쓰는 동안 조심해서 보관하고, 계약이 끝나면 원래 상태로 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민법 제374조, 제654조, 제615조). 이것을 법률 용어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라고 부릅니다. 가스레인지를 켜 둔 채 자리를 비웠거나, 멀티탭에 여러 전열기를 한꺼번에 꽂아 과열로 불이 났다면 세입자의 잘못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세입자는 집을 원래대로 돌려주지 못한 데 대한 손해를 집주인에게 배상해야 합니다(민법 제390조). 가구나 집기처럼 세입자 소유의 물건이 탄 것은 세입자 본인의 손해이고, 집주인에게 배상할 부분은 건물과 집주인 소유 설비가 입은 손해입니다.

이웃이 피해를 입었을 때

불이 옆집이나 윗집으로 번져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었다면 조금 다르게 봅니다. 세입자의 부주의로 난 불이라면 세입자가 이웃에게 배상할 책임이 생깁니다(민법 제750조).

반면 건물 설비의 결함 때문에 불이 나 이웃이 피해를 입었다면, 법은 그 건물을 실제로 쓰고 있는 사람(점유자)에게 먼저 배상 책임을 지우되, 점유자가 손해를 막는 데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면 소유자가 배상하도록 정해 두었습니다(민법 제758조 제1항). 세 든 집이라면 점유자는 세입자, 소유자는 집주인입니다. 그래서 설비 결함으로 난 불이라도 세입자는 자신이 주의를 다했다는 점을 보여 주어야 이웃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 뒤에 집주인이 책임을 지게 됩니다.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화재는 조사를 해도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는 '누가 불을 냈는가'보다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가 결론을 가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탄 부분이 세입자가 빌린 부분인지, 그 밖의 건물인지에 따라 정반대로 바뀝니다.

빌린 집이 탄 손해 - 세입자 증명

세입자가 빌려 쓰던 부분이 탔다면, 세입자는 불이 자기가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났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집주인에게 배상해야 합니다. 불이 난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은 이 원칙을 오래전부터 유지해 왔고,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다시 확인했습니다(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내가 불을 낸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집을 조심해서 관리했다는 구체적인 사정을 세입자가 보여 주어야 합니다. 다만 앞서 본 것처럼, 불이 집주인이 관리하는 영역의 결함에서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세입자가 그 결함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봉 변호사 코멘트

내가 낸 불도 아닌데 왜 세입자가 증명해야 하느냐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억울하게 들리지만, 빌린 부분에 관해서는 법이 그렇게 정해 두었다고 보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평소 기록이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주인에게 전기나 보일러 점검을 요청한 문자·카톡, 직접 고친 수리 영수증, 설비 상태를 찍어 둔 사진, 소방시설 점검 기록 같은 자료가 있으면 "조심해서 관리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자료가 전혀 없으면 원인 불명의 화재라도 세입자가 빌린 부분의 손해를 떠안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빌린 집 밖이 탄 손해 - 집주인 증명

불이 세입자가 빌린 부분을 넘어 같은 건물의 다른 층이나 다른 호실까지 태웠다면 그 부분의 손해는 다르게 봅니다. 대법원은 2017년 종전 입장을 바꾸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집주인이 ① 세입자가 집을 보존·관리할 의무를 어겨 화재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계약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 ② 그 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 ③ 그 손해가 배상 범위에 들어간다는 점을 주장하고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다86895, 86901 전원합의체 판결). 그 전까지는 건물이 구조상 한 덩어리이면 세입자가 빌린 부분 밖까지 책임지는 것으로 보았는데, 이 판결로 그 입장이 변경되었습니다.

이 판결의 사안에서는 1층 매장에서 시작된 불이 2층과 옥상까지 번졌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세입자가 빌린 1층 매장 부분은 세입자가 배상해야 하지만, 빌리지 않은 1층 나머지와 2층·옥상 부분은 세입자의 의무 위반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같은 불이라도 어디가 탔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린 것입니다.

실수로 낸 불의 배상액 줄이기

불이 옆집이나 이웃 건물로 번져 피해가 커졌을 때, 불을 낸 사람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법원에 배상액을 줄여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실화책임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중대한 과실이란 조금만 주의했다면 쉽게 불이 날 것을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방치한 정도의 큰 잘못을 말합니다. 단순히 부주의했다는 사정만으로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 법은 불이 '번져서' 생긴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에만 적용됩니다(같은 법 제2조). 처음 불이 난 세입자의 집 자체가 탄 손해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옆집·윗집·이웃 건물로 번진 피해가 이 법의 대상입니다.

법원은 화재의 원인과 규모, 피해의 대상과 정도, 불이 번지고 피해가 커진 원인, 피해 확대를 막으려 한 노력, 양쪽의 경제 상태 등을 고려해 얼마나 줄일지 정합니다(같은 법 제3조 제2항). 그래서 얼마나 깎이는지는 사건마다 다르고 미리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민법에도 배상액을 줄여 달라고 청구하는 규정이 있지만(민법 제765조), 그 규정은 배상 때문에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받을 경우를 요건으로 하는 반면 실화책임법은 그런 요건을 두지 않았습니다. 생계가 어려워질 정도가 아니어도 청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봉 변호사 코멘트

이 감경은 법원이 알아서 적용해 주는 것이 아니라, 배상 의무자가 "줄여 달라"고 청구해야 법원이 판단합니다. 소송에서 답변서나 준비서면에 감경 청구를 분명히 적고, 중대한 과실이 아니라는 점과 초기 진화·신고 등 피해를 줄이려 노력한 점을 함께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이 보낸 손해배상 청구 내용증명에 답할 때부터 이 점을 언급해 두면 협상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불이 번진 피해를 입은 이웃 입장이라면, 수리·보상을 청구하는 흐름은 누수 분쟁과 비슷합니다. 윗집 누수 내용증명 - 원인 확인부터 수리·보상 청구까지 글을 참고해 보세요.

보험사가 돈을 돌려달라고 할 때

불이 나면 피해를 입은 집주인이나 이웃은 보통 자기가 든 보험으로 먼저 보상을 받습니다. 그 뒤 보험사가 불을 낸 사람에게 그 돈을 갚으라고 청구하는 일이 많습니다. 보험사는 피해자가 불을 낸 사람에게 가진 손해배상 청구권을 지급한 보험금 한도에서 넘겨받아 행사하는 것입니다(상법 제682조 제1항). 이것을 법률 용어로 '보험자 대위' 또는 '구상'이라고 부릅니다.

구상 청구를 받았을 때 먼저 볼 것

보험사가 넘겨받는 것은 피해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권리입니다. 그래서 불을 낸 사람이 피해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으면 보험사에 갚을 돈도 없고, 배상 책임이 줄면 갚을 돈도 그만큼 줍니다. 앞서 본 책임 구분과 증명 책임, 실화책임법의 감경이 보험사 청구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는 뜻입니다. 보험사에서 큰 금액의 청구서가 왔다고 해서 그 금액을 그대로 인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 하나, 피해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불을 냈다면 보험사는 그 가족에게 구상할 수 없습니다(상법 제682조 제2항). 다만 고의로 낸 불은 예외입니다.

관리비로 화재보험료를 내고 있었다면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등이 건물 전체에 화재보험을 들고, 각 세대가 관리비에 보험료를 포함해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이렇게 세입자가 보험료를 내고 있어도, 세입자의 잘못으로 불이 나면 보험사가 집주인에게 보험금을 준 뒤 세입자에게 구상하는 일이 흔했습니다. 세입자는 보험료를 내고도 보호를 받지 못한 셈입니다.

2020년 금융감독원이 이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화재보험 약관을 개선했습니다. 세입자가 보험료를 부담하는 경우 보험사가 세입자에게 대위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예외 조항을 두게 한 것입니다. 이 조항은 아파트뿐 아니라 사무실·상가·오피스텔의 화재보험에도 적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렇더라도 모든 보험 계약에 이 조항이 반드시 들어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보험 가입 시기와 상품에 따라 약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상 청구를 받았다면 관리비 고지서에서 보험료 항목을 확인하고, 관리사무소나 집주인을 통해 보험증권과 약관을 받아 대위권 제한 조항이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봉 변호사 코멘트

보험사의 구상 청구서는 금액이 커서 당황하기 쉽지만, 순서대로 따져 보면 생각보다 다툴 여지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보통 세 가지를 먼저 봅니다. 첫째, 탄 부분이 빌린 부분인지 그 밖인지에 따라 증명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둘째, 관리비로 보험료를 내고 있었다면 약관에 대위권 제한 조항이 있는지. 셋째, 번진 부분에 대해 실화책임법 감경을 주장할 수 있는지. 이 세 가지를 정리해서 답하면 청구 내용을 다툴 여지가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보험사나 집주인에게서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받았다면, 답변 방법은 내용증명을 받았을 때 - 무시해도 되는지, 답변서는 어떻게 쓰는지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협의가 되지 않아 소송으로 가는 흐름은 민사소송 전체 흐름 — 접수부터 판결까지 글을 참고하세요.

정리

  1. 원인이 밝혀진 화재는 그 원인을 관리하던 쪽이 책임집니다. 벽 속 전선 같은 집주인 관리 설비가 원인이면 집주인이, 세입자의 부주의가 원인이면 세입자가 배상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세입자가 설비 결함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세입자가 책임을 질 수도 있습니다.
  2.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빌린 집이 탄 손해는 세입자가 자기 잘못이 없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점검 요청 기록, 수리 영수증, 설비 사진을 평소에 챙겨 두세요.
  3. 빌린 집 밖의 건물이 탄 손해는 반대로 집주인이 세입자의 의무 위반과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합니다.
  4. 불이 번져 생긴 피해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법원에 배상액 감경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처음 불이 난 집 자체의 손해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5. 보험사의 구상 청구는 원래 배상 책임의 범위를 넘지 못합니다. 관리비로 화재보험료를 내고 있었다면 약관의 대위권 제한 조항이 있는지 보험증권으로 확인하세요.

누가 얼마나 배상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화재 조사 결과와 보험 관련 서류를 준비해 변호사와 먼저 상의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 로에버 변호사 상담 접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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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진 대표변호사

봉하진

로에버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와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법무법인 여는, 클라스한결, 덕수를 거쳐 로에버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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